[INTERVIEW]아트를 입은 웨딩드레스,썬룸

2024-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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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를 입은 웨딩드레스, 썬룸

손현선 디자이너 


웨딩드레스 샵인데, 청담동이나 강남권이 아닌 충무로에 있다.  웨딩드레스지만 사회적 이슈를 담은 디자인을 선보인다. 이를테면 올 초에 선보인 24 SS 시즌에는 러시아 전쟁과 최근 자주 발발하는 테러에서 영감을 받아 이같은 위협을 사랑으로 극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FLOWER CHILD’를 테마로 삼았다. 거기에 등장한 거대한 플라워 베어 인형. 거기에 한 번 더 마음을 빼았겼다. 눈길을 사로 잡았던 비주얼의 전혀 새로운 웨딩드레스 브랜드 썬룸을 이끄는 손현선 디자이너가 궁금해졌다


최근 발발하는 전쟁과 테러 위협 속에서 사랑으로 극복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24 SS 시즌 테마 "FLOWER CHILD"

플라워 차일드는 '히피족, 비현실적인 사람'을 뜻한다. 1960년대 후반 히피족이 몸에 꽃을 장식 하거나 꽃을 들고 다니면서 평화와 사랑의 상징으로 삼은 데서 유래된 말로, 이 테마의 연출을 위해 약간은 어둡고, 아슬아슬한 현실을 연상시키는 모서리 백월, 그리고 어린아이의 곰인형, 이 모든 것을 부드럽게 만드는 플라워를 활용한 새로운 오브제를 제작했다. 

드레스 렌탈과 동시에 이 플라워 곰인형도 요청하는 일이 많았다.


“조금만 다르게 한다는 게 참 어렵잖아요, 

다르려면 확 달라야 하는 거 아닌가요?”


손현선 디자이너가 가장 좋아하는 디자이너는 존 갈리아노. 화려한 환타지, 관능적이고 로맨틱한 스타일, 구조적인 실루엣을 대표하는  그의 컬렉션과 웨딩드레스?  갸우뚱 하던 시점, 뜻밖에  그녀가 첫 커리어를 시작한 드레스 브랜드는 우아하고 클래식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이명순웨딩이다.  

“이명순드레스에서 일하고 배우면서 제가 하고 싶은 디자인과 대중성 사이의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둘 사이의 균형을 잡는 건 늘 어려운 일이지만요. 남들이 다 할 수 있는 것들에는 흥미가 없어요. 드레스가 가진 한계성 때문에 시즌별로 룩북을 촬영할 때 세트며 소품까지 직접 제작하며 제가 생각한 콘셉트와 테마를 마음껏 표현하고자 합니다.” 

이번 24 FW 시즌 테마 'Rapunzel to the Moon'를  통해서는 '점점 심화되는 분열의 세계에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우주의 근본인 해와 달로 돌아가 비추고 반사하고 하나로 결합하는 제3의 빛의 형태를 표현'함과 동시에 '19-20세기 초 달세계 여행을 차용해 아날로그 시대와 디지털 시대의 갈등을 꿈과 기대와 공포, 상상력을 더해 표현'하고자 했다고 전한다.

24FW 시즌테마 'Rapunzel to the moon' 직접 제작한 유화 백월이 이채롭다

전 직장을 통해 여러 디자이너가 협업하며 하나의 디자인을 완성해내야한다는 부분에 대한 어려움에 부딪히기도 했고, 그 지점을 극복하며 다양한 스킬들을 익히기도 했다.  


“전체적인 드레스 디자인 중 핵심적인 부분이 ‘패턴'이라는 생각은 실제 드레스를 디자인하면서 더 강해졌어요. 패턴에 대해 현장에서 실무를 통해 배울 수 있었던 경험이 지금 썬룸의 드레스를 만드는 데 많은 힘이 됩니다,.” 

그렇게 패터너로서도 두각을 나타냈던 직장 생활을 마치고 지난 2023년 여름 썬룸으로 독립했다.  

두 브랜드가 전혀 다른 스타일의 드레스를 선보이는 것 같으면서도, 어느 부분에서의 접점도 보인다. 썬룸의 드레스를 보면 화려하고 장식적인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은 정제된 드레스만의 품격을 놓치지 않는다.  

요즘 신생 디자이너들의 드레스 브랜드가 흔히 추구하는 바, 신부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가벼운 드레스를 썬룸은 굳이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메인 컬렉션은 본식 때 돋보일 수 있는 드레스를 만드는데 주력하는 편이에요. 리조트 컬렉션과 별도로 분리한 이유이기도 하죠. 그래서 본식 당일 헬퍼 없이 혼자 왔다 갔다 할 수 있다고 권하지는 않아요. 기장이 긴 드레스를 좋아해요. 여러가지 신경쓸 일이 많은 결혼식 당일, 드레스 실루엣 만큼은 신부가 신경 쓰지 않고  따로 챙겨 줄 수 있는 헬퍼님이 있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야외 예식 위주의 신부들이 찾을 거라는 예측을 넘어, 오히려 다양한 웨딩 베뉴의 신부들이 썬룸의 고객이다. 그보다는 해외 생활을 오래 한 신부라든가, 국제커플의 외국인 신부들이 찾는 케이스가 많다고.

바로 근처에 있는 호텔 컨시어지로부터 해외 신부들의 예약문의  전화도 꽤 많이 받고 있다. 드레스샵이 1층에 있는 것도 아니고, 대로 변에 노출되어 있는 것도 아닌데, 제 3자로서 참 신기해 보이기도 했다.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자부심이 있는 만큼 드레스는 드레스로서 아름다워야한다는 취향.  

굳이 말하자면 ‘심미주의'다.   

같은 포지셔닝(이를테면 무겁고 비즈 많은 드레스 대신 가벼운 드레스들을 만들고, 많은 웨딩플래닝 업체와 제휴하지 않고 원하는 쪽으로만 제휴를 맺고 있는)의 브랜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능성에는 크게 비중을 두지 않는다.  

모든 가봉도 각 신부들에 맞춰서, 코르셋 가봉이 아니라 지퍼 가봉으로 마무리한다. 

“청담의 여느 드레스 매장들에 비해서 샵의 위치나 서비스 등 여러가지로 만족감이 떨어질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 부분을 ‘아름다운 것'으로 채워줄 수 있다고 저는 자신해요. 뉴트로의 정점을 찍고 있는 매장 인테리어도 지금의 매장 위치와 너무 잘 어울린다고들 해 주세요. 일반 웨딩드레스 매장과 차별화된 건 확실하니까요. 오히려 신랑님들이 더 좋아해주는 걸 보고 더 자신감을 가졌죠.”

썬룸의 드레스를 선택한 신부들은 틀에 박힌 것들을 좋아하지 않는 것만은 확실하다.  썬룸에서 입고 싶은 드레스를 찾은 이후에, 굳이 야외에 가져가서는 안 될 드레스라고 제한을 두지 않았는데도 야외 스냅 촬영을 실내 스튜디오 촬영으로 바꾼다거나 하는 경우도 많았다.  

“현재의 웨딩문화를 바꾸겠다거나 그런 거창한 목표가 있다기 보다, 결혼을 준비하는 신부들에게 하나의 또다른 선택지가 주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게 썬룸을 만드는 제가 할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신부들은 매번, 모든 일들 앞에서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 많으니 그 때 최대한 걱정들을 내려두고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드레스를 만들겠다는 의지. 그리하여, 결혼 준비가 힘들고 벅차서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선택하는 순간순간 좀 더 재미있게 느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누구보다 바쁜 웨딩드레스 브랜드에서 일하던 당시부터 홍익대 패션대학원에 등록해 새롭게 공부를 시작한 그녀는 올 8월 졸업을 앞둔 상태. 

“웨딩드레스를 만드는 일을 했으면서, 대학원에서는 완전히 별도로 패션 컬렉션을 만들었어요. 저 자신이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로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요. 제 드레스도 웨딩드레스라는 카테고리에 국한되기보다 그냥 패션의 한 분야로 인정받도록 하고 싶어요.” 

그래서 매번, 웨딩드레스 룩북에서 볼 수 없는 모델들을 섭외, 웨딩 헤어메이크업을 하지 않는 전문가들을 고용하고, 패션 화보 작가들과 함께 작업한다.

대학원 담당교수님의 권유로 손현선 디자이너는 최근 그림 작업을 시작했다. 오너로서, 디자이너로서 양쪽을 다 챙겨야하는 입장에서, 공부와 취미와 일 모든 영역에서 균형점을 맞춰가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드레스 브랜드에서 근무했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7시면 정확하게 퇴근하는 편이에요.” 

일에 욕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일을 제 때 마무리 지을 수 있는 마인드와 시간 활용 능력이 체화  되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여가 시간을 활용해 유화 작업을 하면서 또 다른 디자인의 영감을 얻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마지막 학기 동안 그린 유화작업은 실제 이번 24 FW 시즌의 룩북 촬영 백 월로 활용됐다.

그녀가 대학원에서 만든 졸업 작품 의상은 실은 지올팍의 뮤직비디오에도 쓰이기도 했다. 아이돌 패션화보를 담당하는 스타일리스트들의 문의도 많은 편. 

한국인 신부들의 직업도 대부분 스타일리스트, 포토그래퍼나 패션 산업에 종사하는 쪽이기도 하다. 

자신만의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가고 있는 디자이너, 손현선 디자이너에 대한 정의는 너무도 정확했다. 

그리고 흔들림없이 자신의 컬렉션을 만들어가고 있는 모습에 응원을 보낸다. 

어떤 광고나 바이럴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해 나가는 모습. 앞으로의 웨딩 문화에 딱 맞는 디자이너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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